[작가 민능기] "60년째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 비바리퍼블리카 소속
- 1월 9일
- 3분 분량
*본 인터뷰는 아트오브를 통해 ‘비바리퍼블리카’에 취업한 민능기 작가님과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민능기 작가님.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작가 민능기입니다. 열여덟 살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했고, 어느덧 일흔여덟이 되었네요. 계산해 보니 그림과 함께한 시간이 6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번에 갤러리바다를 통해 제 작품을 전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Q. 전공이 경영학이라고 들었어요. 지금의 작업 세계와는 조금 다른 길에서 출발하신 셈인데요.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서울 양정고등학교에서 미술부 활동을 하면서 제 안에 재능이 있다는 걸 처음 자각했죠. 당연히 미대 진학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집안의 장남이었고, 반대가 워낙 심했어요. 결국 미대 대신 경영학과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림은 놓지 않았어요.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도 계속 그렸으니까요. 졸업 후에는 미술학원과 화실을 운영하면서 개인 작업을 병행했습니다. 전공은 달랐지만, 마음만큼은 늘 그림 곁에 있었던 셈이죠.

Q. 작품을 보고 있으면 서정적인 풍경 속에 오래 축적된 순수함이 느껴집니다. 자연을 주제로 꾸준히 작업해 오신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이 가장 자기다울 수 있는 순간은 결국 자연 속에 있을 때라고 생각했어요. 편안해지고, 마음이 풀어지는 곳이죠. 또 한국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장소들이 정말 많습니다. 주중에는 학원을 운영하고, 주말이면 스케치 여행을 다녔어요. 그렇게 전국을 다니며 만난 풍경들을 화폭에 담고 싶었습니다. 동양적인 자연의 정서를, 유화 특유의 깊은 색감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고요.

Q. 약력을 보면 그룹전과 초대전에만 500회 이상 참여하셨더라고요. 그 오랜 시간 동안 그림을 계속 그리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업 작가의 길은 쉽지 않았어요. 가족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가장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라는 생각도 컸고요.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60년이 넘는 작품 활동 속에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꼽는다면요?
30여 년 전,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전까지는 그룹전 위주로 활동했는데 처음으로 제 이름을 걸고 전시를 준비했어요. 그림뿐 아니라 글도 함께 써서 도록을 만들었고, 제 그림 인생과 철학을 정리하는 시간이었죠. 준비를 많이 했던 만큼 보람도 컸습니다.
Q. 화실도 오래 운영하셨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건강상의 이유로 화실 운영은 멈춘 상태입니다. 다만 언젠가는 딸과 함께, 작업 공간이자 작은 갤러리 같은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은 여전히 갖고 있어요.

Q. 평소 작업은 어떻게 하시나요? 작가님만의 창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아침은 늘 커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국악방송 라디오를 틀어두는 편이에요. 오전에는 작품 구상과 드로잉 위주로 작업하고, 오후에는 채색에 집중합니다. 크게 특별할 건 없지만, 이 리듬이 오래 몸에 배어 있죠.
Q.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태도나 마음가짐이 있다면요.
사물을 대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인위적인 것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가장 존중해요. 그냥 스쳐 지나갈 법한 풍경도 마음을 두고 찬찬히 바라보면, 저마다의 매력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그걸 발견하는 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발전된 기술이 예술의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60년 넘게 예술의 길을 걸어오신 선배로서, 이러한 변화 속에서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자극적인 것들이 넘쳐나지만, 그런 것들이 오히려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잖아요. 삶에는 어느 정도의 공백과 쉼이 필요합니다. 예술이 그 틈을 채워주길 바랍니다. 누구라도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요.

Q. 최근 비바리퍼블리카에 ‘예술인’으로 채용되셨어요. 작품 활동과 생활에 있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이었나요?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는 점이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출퇴근 기록을 통해 시간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고요. 그 덕분에 작업 리듬이 한층 더 안정적으로 변했습니다. 매달 정기적인 급여가 지급된다는 점 또한 생활 전반에 안정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Q. 이번 갤러리바다 겨울 기획전도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함께하시게 되었나요?
화가에게 전시는 늘 목마른 일입니다. 매년 서울아카데미회, 대한민국회화제, 강북미술협회에서 그룹전 참여를 하고 있지만, 아직 발표되지 못한 작품이 더 많거든요. 마침 갤러리바다에서 좋은 제안을 주셨고, 공간도 참 마음에 들어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작품을 걸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제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제 그림들이 창고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계속해서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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