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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배영순] "조금 느려도 괜찮아요." - 디엠그룹 소속

  • 2025년 12월 11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1월 6일


*본 인터뷰는 아트오브를 통해 ‘디엠그룹’에 취업한 배영순 작가님과 나눈 대화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배영순 작가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침묵 속의 목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가, 배영순입니다. 현재 부산 사하구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갤러리바다에서 진행된 <가을 초대기획전>전시에서 특히나 작가님의 작품이 반응이 뜨거웠는데요, 독학하셨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어요. 그림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2017년 봄이었어요. 부산지방장애인대회에 출품하기 위해 유화 물감과 붓을 사서 독학으로 준비했죠. 운 좋게 은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독학으로 출품한 작품이 은상을 받다니, 타고난 재능이 남다르셨던 모양이에요.


사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정말 좋아했어요. 재활시설에 있을 때도 늘 연필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1984년 에는 일반 대회에서 상을 받은 경험도 있습니다. 만화책을 따라 그려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항상 반응이 좋았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림이 제 삶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던 것 같아요.






Q. 이번 전시가 첫 데뷔셨다고요. 작가님께 의미가 컸을 것 같아요.


처음엔 조금 부끄러웠어요. 훌륭한 작가님들이 너무 많아서, 그 속에 제가 함께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운 화가도 아니고, 체계적으로 공부한 적도 없거든요. 이번 전시는 제게 ‘작가로서의 첫걸음’ 같은 시간이었어요.


Q. 그런데 무려 작품 판매까지 이어졌잖아요. 저희도 정말 뿌듯했는데요, 이 경험이 작가님께는 어떤 변화로 다가왔나요?


사실 상상도 못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작품이 세 점이나 판매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뛸 듯이 기뻤습니다. 처음으로 “내가 작가로서 인정받았구나” 하는 감정을 느꼈고,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제 마음이 닿았다는 사실이 행복했어요. 다음 전시에도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임해보고 싶습니다.



속도가 느려도 상관없다, 30*40, Acrylic on paper
속도가 느려도 상관없다, 30*40, Acrylic on paper


Q. 평소에 주로 어떤 주제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시나요?


어느 날 사람들이 걷는 모습을 관찰하다 문득 제 모습이 거북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몸이 불편해 걸음이 느린 편이거든요. 그렇게 제 모습을 거북이에 빗대 표현한 작품인 ‘속도가 느려도 상관없다’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저는 제 모습, 삶의 속도, 일상의 감정들을 솔직하게 작품에 담아내는 편이에요. 어쩌면 그림이 제 삶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일기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은 색감이 독특하고 따뜻한 인상을 줍니다. 영감은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일상 속 모든 것이 영감이 됩니다. 인터넷이나 만화도 자주 보고, 지하철에서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동작을 유심히 보곤 해요. 그리고 자기 전에는 ‘내일은 어떤 그림을 그릴까?’ 하고 생각의 파편들을 모아봅니다. 영감은 주로 풍경과 인물에 대한 관찰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Q.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도 궁금합니다. 혹시 작가님만의 루틴이 있을까요?


저는 매일 연습장에 ‘원’을 그립니다. 오른쪽 페이지, 왼쪽 페이지를 번갈아 가며 계속 원을 그리다 보면, 형태를 잡는 감각이 조금씩 살아나거든요. 그다음엔 사람의 형태를 여러 번 스케치하며 선을 다듬고, 어두운 색부터 시작해 점점 밝은 색을 쌓아갑니다. 작업 과정 중에 예상치 못한 색이 섞일 때가 있는데, 오히려 그런 색이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요. 저는 색에 대한 집착이 있는 편이라 과감하고 엉뚱한 조합도 즐겨 시도합니다. 완성 후에는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에만 사인을 남겨요. (웃음)







Q. 작가님께서 생각하는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저는 배우고, 실수하고,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뜻대로 그려지지 않아 슬플 때도 있지만, 손을 놓고 있으면 어느새 다시 붓을 들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거든요. 결국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리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Q.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최근에 그린 ‘바다를 바라보는 중년 부부’라는 작품이 있어요. 의도치 않게 섞인 색들이 예쁘게 어우러져서 마음에 쏙 들어요.



바다를 바라보는 중년부부, 36*48, Acrylic on paper
바다를 바라보는 중년부부, 36*48, Acrylic on paper


Q. 지금의 작가님을 있게 한 사람이나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예전에는 중증 장애인에게 일자리가 거의 없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림뿐이라, 매일 집에 앉아 그림만 그렸죠.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제 그림을 보더니 “엄마는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그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남편도 청각장애인이지만, 제 가장 든든한 지지자예요. 가족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Q. 현재 '디엠그룹' 소속 예술인으로 활동 중이신데요, 기업에 채용된 후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채용 이후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큰 안정감이 생겼어요. 덕분에 붓과 물감을 마음껏 살 수 있게 되었고요. 일자리가 없었다면 원하는 재료로 작업하는 건 꿈도 못 꿨을 거예요. 전시 데뷔도 마찬가지예요. 아트오브를 통해 기업에 채용되었기에, 그로 인해 전시에 참여할 기회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더 자유롭고, 더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작가로서 꼭 해보고 싶은 도전이나 꿈이 있다면요?


전국장애인미술대전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솔직히 두렵지만, 꼭 한 번 나가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힘이 닿는 데까지 예술인으로 살고 싶어요. 평생 그림 그리는 사람. 그게 제 가장 큰 꿈이에요.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려요.


언젠가 제 작품을 만나게 되신다면, 그 앞에 잠시 멈춰 서서 바라봐 주셨으면 해요. 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천천히 느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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