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인사이트] 숫자는 채웠다. 그런데 왜 조직은 불편할까? — 장애인 채용이 실패하는 진짜 이유
-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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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채용은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많은 조직이 의무고용률을 채우고도 어려움을 겪는다. HR의 관점에서 장애인 채용이 어려워지는 이유를 이야기해 본다.
상시 근로자 수가 100명을 넘어가는 순간, 민간 기업은 3.1%, 공공기관은 3.8% 이상의 장애인을 채용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그리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벌금 성격의 장애인 고용 부담금이 부과되고, 장애인 고용 불성실 기업으로 공표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제 기업의 성과는 단순히 매출이나 이익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기업이 얼마나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되는 시대다.
장애인을 고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인사팀의 업무만은 아니다. 장애인 고용 부담금은 재무와 연결되고, 고용 불성실 기업 공표는 기업의 평판과 브랜드에 영향을 미친다. ESG 평가는 투자와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이렇게 보면 장애인 채용은 인사팀만의 일이 아니다. 재무팀, 홍보팀, 전략기획까지 연결되는 조직의 문제이다.
하지만 이런 거시적인 이야기를 잠시 내려놓고 현실로 돌아와 보자. 기업이 장애인을 채용한다는 것은 HR 담당자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채용 공고는 어떻게 올려야 할까
채용하면 맡길 적당한 업무가 있을까
이 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조직 안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인사팀 경력이 많은 분들도 장애인 채용 앞에서는 주저하게 된다. "우리는 사회복지사가 아닌데..." 이 질문은 생각보다 많은 HR 담당자들이 실제로 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HR의 관점에서 '장애인을 채용하는 것', 그리고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앞으로 여러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숫자는 채웠다. 그런데 왜 조직은 불편할까?
대한민국 등록 장애인은 2023년 기준 약 264만 명이다. 이 중 15세 이상 생산가능연령 인구는 약 230만 명 수준이다. (자료: 통계청)
하지만 실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인구는 이보다 훨씬 적다.
장애인 경제활동참가율: 약 39~40%
장애인 고용률: 약 28~29%
비장애인 고용률: 약 63~65%
즉, 고용률 격차는 약 35%p 이상이다. 이는 단순한 채용 기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안에서 '함께 일하는 구조'가 충분히 설계되지 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의무고용은 늘었지만, 체감은 낮다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은 법적으로 일정 비율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2026년 기준 민간기업 의무고용률: 3.1%
공공기관: 3.8%
이 제도를 운영하는 기관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다. 2025년 기준 의무고용 대상 기업의 실제 장애인 고용률은 약 3.03% 수준으로 보고된다. 숫자만 보면 목표에 근접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장애인 평균 근속기간은 비장애인보다 짧은 편
단순·보조 직무 비율이 높음
관리자 직군 비율은 매우 낮음
즉, 고용의 '양'은 증가했지만, 고용의 '질'과 성장 경로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노동 가능한 인구는 얼마나 될까?
등록 장애인 약 264만 명 중 실질적으로 노동이 가능한 인구는 약 90만~100만 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 중 실제 취업자는 약 30만 명 전후다.
이는 곧 다음을 의미한다.
노동이 가능한 장애인 수십만 명이 여전히 노동시장 밖에 존재한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미취업자 중 절반 이상이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조사도 있다.
일할 의지는 있지만, 조직이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
왜 숫자는 늘어도 현장은 힘들까?
HR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는 크게 다섯 가지다.
직무 분석 없이 채용부터 진행
팀장 설득과 교육 부재
동료 인식 개선 과정 없음
보호 중심 배치
성과 관리 체계 미설계
특히 보호 중심 배치는 단기적으로는 안전해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립을 만들기도 한다.
역할이 모호하면 평가도 모호해진다. 평가가 모호하면 성장도 멈춘다.
성공 조직의 공통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안정적으로 함께 일하는 조직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채용 전 직무 재설계
관리자 대상 사전 교육
합리적 편의의 제도화
성과 기준의 명확화
성공 사례의 내부 공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별 대우가 아니라 명확한 역할과 동등한 기대다.
HR이 다시 물어야 할 질문
현재 통계가 보여주는 현실은 분명하다.
장애인 고용률 약 30% 내외
경제활동참가율 약 40% 내외
노동 가능 인구 수십만 명은 여전히 노동시장 밖
이 격차를 줄이는 열쇠는 채용 공고의 수가 아니라 조직 설계의 깊이일지도 모른다. HR은 채용을 담당하는 부서가 아니라 조직이 어떻게 함께 일하는지를 설계해야 하는 부서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채용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숫자를 채우고 있는가, 아니면 문화를 설계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된 조직만이 장애인 고용을 비용이 아닌 경쟁력으로 바꿀 수 있다.
P.S
핀휠은 기업의 장애인 채용을 돕는 회사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직무(디자이너, 회계 담당자 등)를 수행할 수 있는 장애인 인재를 찾아 추천하고 연결하는 것이 저희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여러가지로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장애인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어려움과 실망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서류상으로만 장애인을 채용하고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형식적인 채용은 아니지 않나.. 대안은 없을까? 라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저희가 찾은 모델은 '장애 예술인 채용'과 '작품을 매개로 한 만남' 입니다. 핀휠은 ARTOVE(아트오브) 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장애예술인이 기업 안에서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채용 모델입니다. 이 모델의 시작은 한 작가님의 이야기에서 출발했습니다. 홍익대학교 도안과(현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서양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님이 "아파트 경비라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취업 상담을 해오신 사건이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나오는 작가님의 작품 사진들과 커리어를 보면서, "작가님이 잘하는 일을, 작가님이 즐거워하는 일을 일로 만들 수는 없을까?" 그 고민에서 지금의 모델이 시작되었습니다.
핀휠과 아트오브를 통해서 취업하신 작가님들은 비싸서 망설이던 물감을 마음껏 살 수 있게 되고, 생활 걱정 없이 작품 활동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에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많은 중증장애를 가진 취업이 어려웠던 분들이 예술가로써의 꿈을 가지고 미술 훈련과 창작 활동을 이어가며 첫 전시 참여를 하는 등 기업에 취업하여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예술인의 경우 특히, 채용 이후에도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기업이 예술인 채용을 단순한 고용이 아니라 조직 문화와 연결된 구조로 설계할 때 예술인의 창작 활동은 조직 안에서도 새로운 가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트오브는 이러한 관점에서 기업과 예술인을 연결하고, 채용 이후에도 작품 활동과 조직 문화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80평 규모의 전문 갤러리 "갤러리바다"를 운영하며 프로 작가,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을 끊임없이 전시하고 있습니다. 갤러리를 찾은 인사 담당자들, 기업의 구성원들은 장애에 대한 편견이 깨집니다. 갤러리에서 작가님들을 만나서 작품에 대해 설명을 듣고 , 그들의 작품을 이해합니다. 이는 실체입니다. 아마추어 작가님들은 조명 아래 걸린 자신의 작품을 보며 새로운 희망과 의욕에 차오릅니다. 그들의 실력은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합니다.
장애인 채용은 단순히 부담금을 줄이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방식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핀휠·아트오브 이민복 이사
㈜아그막 구루피플스와 쉬플리코리아라는 기업 컨설팅/교육 회사에서 15년을 근무했습니다. 이후 장애인 카페를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향기내는사람들 히즈빈스에서 7년을 근무하였습니다. 3곳 다 B2B 비즈니스를 주로 하는 곳이어서 기업을 상대했는데, 만나는 담당자들이 주로 교육, 인사, 채용 부서였습니다. HR을 나름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앞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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