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예술인 전시] 문자추상의 대가, 김병규 초대전 《動靜一如 동정일여》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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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갤러리바다는 풀리오 소속 장애예술인 김병규 작가의 초대전 《動靜一如 동정일여》를 개최했습니다. 6월 5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진 이번 전시는, 서예에서 출발해 문자 추상으로 나아간 김병규 작가가 '움직임과 고요는 결국 하나'라는 오랜 사유를 종이 위에 풀어낸 자리였습니다.

우연과 필연 사이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종이 위를 흠뻑 적신 먹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옵니다. 분명 멈춰있는 작품인 것을 알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움직이는듯합니다. 무엇이 움직임이고 무엇이 멈춤인지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김병규 작가는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끊임없이 실험하고 시도하며 완벽한 움직임을 2차원 안에서 포착하고자 노력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 작품을 만나기 위해서 수백장의 종이에 먹을 올리고 버리기를 반복합니다.
김병규 작가에게 그리는 일과 기다리는 일은 다른 행위가 아닙니다. 붓을 든 손의 움직임도, 먹이 번지기를 기다리는 고요한 시간도 결국 같은 자리로 돌아옵니다. 전시 제목 '동정일여(動靜一如)'는 움직일 때의 마음(動)과 고요할 때의 마음(靜)이 다르지 않다는 뜻을 지닌 불교 용어입니다. 작가는 이 한 문장을 작품의 주제이자, 자신이 작업을 대하는 태도로 삼았습니다.

교수의 자리를 내려놓고, 작가의 자리에 서다
김병규 작가는 서울예술대학교에서 10년간 외래교수로 후학을 가르쳤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가르치는 사람'으로 기억되던 그는, 그 자리를 내려놓은 뒤 오히려 가장 왕성하게 붓을 들고 있습니다.

은퇴라는 단어는 흔히 '멈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김병규 작가에게 그것은 멈춤이 아니라, 온전히 작가로 살아가는 시간의 시작이었습니다. 자신의 인생 2막이 시작된 것 같다는 김병규 작가는 은퇴 이후 더욱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움직임을 내려놓은 자리에서 오히려 더 큰 움직임이 시작된 셈입니다. '동정일여'라는 주제는 작품 안에서만이 아니라, 작가가 지나온 삶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쓰기와 그리기 사이에서, 우보 김병규의 작품 세계
김병규 작가의 작업은 서예(문자 추상)와 추상미술 사이의 경계에서 출발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경계 사이에 선 작가의 여러 연작이 두루 소개되었습니다.
한지를 여러 겹 중첩한 뒤 발묵(潑墨)으로 완성한 〈자연의 수묵 담다〉 연작은, 의도하되 의도에 매이지 않는 먹의 번짐으로 자연의 풍경을 길어 올립니다. 먹과 흑연을 더한 〈묵화산책 - 겨울빛〉 연작은 고요한 눈 내린 겨울 숲과 호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한자 '볼 관(觀)'과 '바랄 망(望)'을 문자 추상으로 풀어낸 〈필묵명상〉 연작은, 글자를 '읽는' 대신 '바라보게' 하며 관람객을 명상적 응시로 이끕니다. 그런가 하면 신호등의 삼원색에서 영감을 얻은 〈폭싹 속았수다〉는, 어린아이들의 낙서를 모티브로 꿈에서 본 순간들을 자유롭게 풀어냅니다.

묵직한 동양적 사유와 현대 추상의 물성, 그리고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한 가벼움이 한 작가의 그림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합니다.
먹그림이 움직이다 — 미디어로 확장된 작품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작품을 새로운 형태로 만나는 미디어 전시가 함께 마련되었습니다. 갤러리바다의 신혜진 매니저가 작가의 작품을 직접 AI 기술로 다루어, 정지된 먹과 문자에 움직임을 입힌 작업입니다.
종이 위에 멈춰 있던 획과 선들이 영상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멈춰 있던 것이 움직임을 얻는 그 순간은, '움직임과 고요는 결국 하나'라는 전시의 주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 작업을 가장 반긴 사람은 김병규 작가였습니다. 자신의 그림이 새로운 매체 위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특히 춤을 추는 사람의 그림을 보며 웃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기술이 작가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세계를 더 넓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 미디어 전시는 그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한 작가의 작업이 평면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형태로 확장될 수 있도록, 그 곁에는 작가의 작업을 깊이 이해하고 함께 실험해 줄 동료가 있었습니다.

작가와 풀리오, 주고받는 마음
좋은 전시는 좋은 작품에서 출발하지만, 좋은 작품은 작가가 안정적으로 작업을 이어 갈 수 있는 환경에서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김병규 작가는 풀리오의 소속 예술인으로서 꾸준히 창작을 이어 왔고, 그렇게 모인 시간이 이번 초대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전시를 앞두고 작가는 풀리오에 자신의 작품 한 점을 선물했습니다. 작품명 '靈肉雙全(영육쌍전)' 으로, ‘영육쌍전(靈肉雙全)’은 정신과 육신을 아울러 건강하고 온전하게 하는 것을 뜻합니다. 소속 기업인 풀리오의 비전인 몸의 회복과 건강한 일상을 돕는다는 가치관과 맞닿아 있어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려낸 작품입니다.

전시 기간 동안 풀리오는 관람객과 작가를 위해 마사지 기기를 협찬했습니다. 고요히 작품을 마주하다 잠시 몸을 쉬어 가는 자리에까지, 작가를 응원하는 마음이 닿아 있었습니다.

전시가 끝난 자리에서
6월 26일, 한 달간의 전시가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김병규 작가의 작업은 계속됩니다. 전주에서 공수해온 고급 한지를 백 장 주문했다며, 또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작가의 활기찬 모습에서 우리는 또 다음으로 나아갈 힘을 얻습니다.

《動靜一如》는 움직임과 고요가 결국 하나라는 한 문장에서 시작된 전시였습니다. 그러나 문장에서 말하는 '하나됨'은 작품 안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붓을 드는 일과 먹이 번지기를 기다리는 일, 가르치던 시간과 그리는 시간, 작가의 손길과 그 곁을 지켜 준 이들의 마음까지 따로인 듯 보이던 것들이 실은 하나로 이어져 이번 전시를 이루었습니다. 움직임과 고요가 둘이 아니듯, 한 점의 작품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시간들도 결국 하나였습니다.

전시 개요
전시명: 動靜一如 동정일여 갤러리바다 김병규 초대전
작가: 김병규 (又甫·牛步)
기간: 2026년 6월 5일(금) – 6월 26일(금)
장소: 갤러리바다 (경기도 과천시 과천대로7나길 37, 디엠 The M 1층 별관)
전시 기획: 김예원
미디어 전시: 신혜진
주최·주관: ARTOVE, 갤러리바다
협찬: 풀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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