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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인사이트] 9,000억 원을 내는 사회보다, 한 사람을 고용하는 사회가 더 가치 있다

  • 7월 16일
  • 4분 분량

※핀휠/아트오브 이민복 이사가 들려주는 HR 인사이트입니다.



지난 7월 6일 한국일보에 「9,000억 돈으로 때운 장애인 고용… 교육청도 수백억씩 토해내」라는 기사가 실렸다. 지난해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약 8,900억 원에 달했고, 이 수준은 수년째 8,000억~9,000억 원을 오가며 반복되고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과 공공기관이 부족한 고용 인원에 따라 납부한 금액이다.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 고용을 얼마나 어려워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 많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


“결국 기업들이 장애인을 고용하기 싫어서 부담금으로 내는 것 아닌가?”


정말 그럴까? 2019년부터 지금까지 장애인 채용 현장에서 여러 기업을 만나 온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많은 기업은 장애인 고용의 필요성과 사회적 가치에 이미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직무를 맡겨야 하는지, 관리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조직은 어떤 지원체계를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이 부족하다. 고용 의지는 있지만 실행의 막막함 앞에서 기업은 결국 부담금 납부를 선택한다.


물론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사업과 장애인 고용 지원, 직업훈련 등 여러 정책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부담금을 납부하는 것만으로 해당 기업 안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거나,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경험이 축적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부담금을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기업이 실제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인가”이다.



사람을 일자리에 맞추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장애인 고용은 사람 한 명을 채용해 기존 자리에 앉히는 행정 절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채용이 아니라, 고용을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장애인이 원하는 겻 역시 취업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며 오래 일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노동통합모델(Labor Integration Model)은 사람을 기존의 일자리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방식이 아니다. 사람과 직무, 조직, 지원체계를 함께 설계하여 누구나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며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게 만드는 통합적인 고용 모델이다.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일자리를 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이 사람과 만나는 방식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는 데서 출발한다.


직무는 개인의 강점과 특성에 맞게 설계되고, 관리자는 함께 일하는 방법을 배우며, 동료들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한다. 조직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근무시간과 장소, 업무 방식도 조정한다. 재택근무 역시 이러한 설계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결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모든 장애인에게 재택근무가 적합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출근형 근무가 더 적합하고, 누군가에게는 근무시간 조정이나 보조기기, 업무 지원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핵심은 특정한 근무 형태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장 안정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장애예술인 직접고용은 노동통합모델의 한 사례다


이 모델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하나의 사례가 장애예술인의 재택근무 기반 직접고용이다.



기업은 장애예술인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 안정적인 급여를 제공한다. 장애예술인은 기업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창작 활동을 지속하며, 작품과 콘텐츠를 통해 조직의 문화와 브랜드 가치 형성에도 기여한다. 기업은 단순한 후원자가 아니라,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동이 지속 가능한 노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책임지는 고용의 파트너가 된다.


다만 재택근무 기반 고용 역시 채용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명확한 업무 기준과 정기적인 소통, 근태관리, 창작 활동에 대한 이해와 피드백, 필요한 지원체계가 함께 설계되어야 지속 가능한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애예술인에게 안정적인 고용은 단순히 소득을 얻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불안정한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꾸준히 창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예술 활동을 자신의 직업으로 지속할 수 있게 한다. 기업 역시 법적 의무를 이행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장애예술인의 강점과 조직의 필요를 연결하는 새로운 고용 방식을 구축할 수 있다.



고용 이전에 서로를 만날 수 있는 접점도 필요하다

처음 전시를 참여하는 장애예술인들의 작품이 모여 있다. ⓒ 갤러리바다
처음 전시를 참여하는 장애예술인들의 작품이 모여 있다. ⓒ 갤러리바다

고용 모델이 실제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장애예술인의 창작과 역량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접점도 필요하다. 장애예술인 채용 에이전시인 아트오브가 운영하는 갤러리바다도 그러한 접점 가운데 하나다. 장애예술인의 작업을 꾸준히 선보이는 공간이 있으면 기업은 고용을 결심하기 전에 그 창작과 가능성을 먼저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접한 기업이 사내 전시나 작품 렌탈, 협업 프로젝트를 떠올리고, 더 나아가 직접고용까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가비아 과천신사옥 1층 로비에 장애예술인 전시를 진행 중인 사례 ⓒ갤러리바다
실제 가비아 과천신사옥 1층 로비에 장애예술인 전시를 진행 중인 사례 ⓒ갤러리바다

이러한 경험은 장애예술인 고용에 대한 막연함을 줄이고, 기업이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감각을 낮은 문턱에서 처음 경험하도록 돕는다. 장애예술인 고용은 특정 직군만을 위한 예외가 아니다. 한 사람의 강점을 중심으로 일과 환경을 새롭게 설계하는 경험이며, 그렇게 축적된 경험은 다른 직무와 다른 형태의 장애인 고용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9,000억 원은 고용 모델이 부족하다는 신호다

9,000억 원에 가까운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만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기업이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고용 모델과 지원체계를 아직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기업에 고용 의지가 있더라도 직무를 설계하고, 적합한 인재를 찾고, 관리자와 동료를 준비시키며, 채용 이후의 근태와 업무를 관리하는 일을 기업 혼자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의무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고용을 실행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모델과 지원체계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제는 장애인을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와 일자리에 맞추려 애쓰기보다, 각자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을 설계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진정한 장애인 고용은 의무고용률을 채우는 순간 완성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자신의 가능성을 펼치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기업이 그 여정의 동반자가 되는 것에서 완성된다. 9,000억 원을 부담금으로 납부하는 사회보다, 한 사람에게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가 더 가치 있다. 그것이 노동통합모델이 지향하는 장애인 고용의 미래이자, 우리 사회가 함께 세워야 할 새로운 기준이다.




핀휠·아트오브 이민복 이사

㈜아그막 구루피플스와 쉬플리코리아라는 기업 컨설팅/교육 회사에서 15년을 근무했습니다. 이후 장애인 카페를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향기내는사람들 히즈빈스에서 7년을 근무하였습니다. 3곳 다 B2B 비즈니스를 주로 하는 곳이어서 기업을 상대했는데, 만나는 담당자들이 주로 교육, 인사, 채용 부서였습니다. HR을 나름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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