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인사이트] 장애인 고용, 일하는 방식을 바꾸면 가능성이 넓어진다
- 2시간 전
- 3분 분량
※핀휠/아트오브 이민복 이사가 들려주는 HR 인사이트입니다.

기업의 장애인 고용에 관해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기업들은 장애인 고용에는 관심도 없고, 그냥 부담금을 내고 마는 것 아닙니까?"
글쎄요. 현장에서 여러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을 만나온 입장에서는 마냥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기업이 장애인을 채용하기 싫어서 채용하지 않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더 자주 듣습니다.
"장애인 채용, 어떻게 해야 할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이 질문 안에는 우리 사회가 아직 충분히 풀지 못한 장애인 고용의 문제가 담겨 있습니다.
장애인 '채용'도 채용이지만, 기업은 '채용 후'가 더 걱정된다
인사담당자들은 사람을 채용하고 관리하는 업무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장애인 채용을 시작하려고 하면 기존 방식만으로는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 생깁니다.
어디에 채용 공고를 올려야 할까? 면접은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어떤 직무를 맡겨야 할까? 관리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동료들은 어떻게 함께 일해야 할까? 병원 진료나 재활이 필요한 경우 근태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과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까?
장애인 '채용'도 채용이지만, 실제로는 채용한 뒤 어떻게 함께 일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 기업을 더 망설이게 합니다.
기업이 두려워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불확실성'이다
기업들은 장애인 채용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흔히 '노무 리스크'를 말합니다. 물론 안전관리, 직무배치, 성과관리, 조직 내 소통 등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할 부분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더 큰 어려움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장애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직무를 배치했다가 근로자도 힘들고 조직도 힘들어지는 상황, 관리자가 어떻게 소통하고 지원해야 할지 몰라 서로 불편해지는 상황,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결국 짧은 근속으로 끝나는 상황.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기업은 결국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채용은 정말 어렵다."
그렇다면 꼭 기존의 방식에만 사람을 맞춰야 할까요?

장애인 근로자가 업무에 적응하지 못했을 때 원인을 개인의 역량에서만 찾으면 해결이 어려워집니다. 오히려 어떤 일과 환경에서 이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편이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회사의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기존 업무 중 적합한 일을 따로 구성할 수도 있고, 업무시간이나 근무장소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 업무에 흩어진 반복적인 일을 하나의 직무로 묶는 '잡 카빙(Job Carving)'도 이런 방법 중 하나입니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위해 의미 없는 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실제로 필요한 일과 근로자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만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재택근무 역시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재택근무의 핵심은 단순히 '회사로 출근하지 않는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출퇴근 자체가 큰 부담이 되거나, 익숙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더 잘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재택근무는 안정적으로 일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근무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장애인 근로자에게 재택근무가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두에게 같은 근무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일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재택근무는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배려라기보다, 사람과 일이 잘 만날 수 있도록 근무방식을 설계하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아트오브가 장애예술인 재택고용을 운영하는 이유
아트오브가 장애예술인 재택고용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장애인은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창작 활동의 특성과 근로자의 상황을 함께 고려했을 때 재택이라는 환경이 안정적으로 근로와 창작을 이어가기 좋은 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재택근무가 사회와의 단절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장애예술인 역시 작품을 만들고, 발표하고, 관객을 만나고, 때로는 판매와 협업을 경험하며 자신의 경력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아트오브에서는 기업과의 고용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과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시와 발표의 기회를 통해 예술인으로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맞는 일을 설계하되, 그 일을 그 사람을 가두는 틀로 만들지 않는 것.
저희가 장애인 고용을 바라보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입니다.
노동통합은 사람과 일이 만나는 방식을 넓히는 일이다
저는 이러한 접근을 '노동 통합 모델(Labor Integration Model)'이라는 언어로 정리해보고 있습니다. 사람을 기존의 일자리에 맞추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의 강점과 상황에 따라 직무와 근무방식을 설계하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거창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람마다 잘할 수 있는 일과 일하기 좋은 환경이 다르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장애인 고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방법이 아니라, 잘 고용하고 오래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재택근무나 장애예술인을 고용하는 것 역시 그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일에 맞추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과 일이 만나는 방식을 조금 더 다양하게 만드는 것.
그 방법을 함께 설계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장애인 고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노동 통합 모델이 제안하는 해답입니다.

핀휠·아트오브 이민복 이사
㈜아그막 구루피플스와 쉬플리코리아라는 기업 컨설팅/교육 회사에서 15년을 근무했습니다. 이후 장애인 카페를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향기내는사람들 히즈빈스에서 7년을 근무하였습니다. 3곳 다 B2B 비즈니스를 주로 하는 곳이어서 기업을 상대했는데, 만나는 담당자들이 주로 교육, 인사, 채용 부서였습니다. HR을 나름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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